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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갑출씨의 어영부영 책읽기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이 책을 쓰신 이용재 선생이 돌아가신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신문에 대서 특필된 건 아니지만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를 사랑했던 독자들에게 충격을 줄만한것이 었습니다.

저도 간만에 블로그에 들어가서 이선생의 부고를 알았습니다. 딸의 마지막 글을 통해서 였죠.

이선생의 블로그는 그 이후로 시간이 멈춰진 상태로 남겨졌습니다. 또 누군가가 업데이트 시켜줄 법도 한데 말이죠.

 

건축물을 평가 한다는 것은 참 생소한일입니다.

우리는 평소에 건축물을 단지 자본의 가치로만 동일시 하려하죠.

교과서에서 배운 것도 아닌데  집이나 건물의 가치는 쉽게 돈과 결부시켜 결정지으려는 게 안타깝습니다.

좀 불편하고 못난 건물이어도 땅값이 비싼 곳에 있으면

그냥 좋은 건물이 되어버리죠.

 

이용재선생의 삶을 보면 그런 자본주의에 많이 혹사당하며 살아왔습니다.

학창시절엔 인문학도를 꿈꿨는데 공대를 가게 되면서 부터 그의 삶엔 많은 우여곡절이 따라다니게 됩니다.

결국 택시운전을 하면서 짬을 내서 딸의 교육삼아 건축답사를 다닌 것이 책으로 엮어졌습니다.

 

두말할 것 없이 좋은 책입니다.

 

잘 생각해보지 않던 건축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찾게 되었고 또한 자본의 절대적 가치 속에서 매겨지는 건축물 등급이 아닌

인간미 묻어나는 의식의 결정체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좋습니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이용재 선생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물에 담긴 이야기들의 역사를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일입니다.

건축은 미술이며 미술은 예술작업이며 예술은 또 배고픔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많은 건축가들도 배고픔속에 살았고 어렵지만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철학을 실천하였습니다.

아마 애초부터 저 같이 우매한 사람들에게 심미안을 깨우쳐주라는 하느님의 지령을 받고 세상에 태어났나봅니다.

아마 이용재 선생도 그런 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알아왔던 건축은 지구와 우주의 무한한 공간속에서 작은 귀퉁이를 점하여 한정된 경계를 긋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 나온 건축가들은 건축물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이름을 붙임과 동시에

사람들을 무한한 우주와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한 사람들이 아닌가싶습니다.

사물에 이름 붙이고

사람에 이름 붙이고

그러고 나서 나에게 이름 붙이고

비로소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죠.

 

무더운 여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건축답사한번 추천합니다.

청량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그리워지는 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