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사실주의희곡전]no.6 강택구]개막공연리뷰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 6번째 작품인 <강택구>(연출 김정근)를 관람했다.
<강택구>는 러시아 유학파 1세대 전 훈, 박신양, 김태훈, 김유석이 1995년 모스크바 현지에서 발표한 화제작으로, 그 이듬해 96년에 동서희곡문학상 신인작가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 소개되었다.
원작은 본래 6.25 전쟁 시기 이별한 이산가족으로 인해 생긴 남과 북의 배다른 형제를 소재로 삼았으나, 2017년 이번 공연은 현재상황과 정서를 고려하여 탈북민이 등장하는 등 일부 각색되어 올려졌다.
무대는 줄곳 컴컴한 지하창고만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이 작품이 사실주의 희곡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주지시키듯,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목판과 각목 뿐, 조명과 음향 등도 최소화된 무대 위에 마치 헤롤드 핀터의 '덤웨이터'에서처럼 영문도 모른채 끌려온 세 사람이 등장해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때론 말다툼도 벌이고 신세한탄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고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공감대를 찾기도 한다.
외화벌이를 위해 시베리아 벌목공이 된 강택구가 북한 동포들의 고통받는 현실을 보여준다면, 아버지의 강요로 모스크바 유학을 온 강두만은 남북통일에 대해 무관심하고 자기중심적인 대한민국의 분단 2,3세대들을 나타내고 있다.
얼마 전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통일은 골치아픈 일이고 불필요한 일이라며, 가난한 북한 사람들을 왜 우리 세금으로 먹여살려야 하냐며 통일에 반대한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분단이 고착화됨에 따라, 한민족이라는 동질성은 옅어지고. 이질감과 적대감만 더 커진 안타까운 현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북한 정권과 군부는 우리의 주적일지라도 그 밑에서 고통받는 동포들은 우리 핏줄이 분명한데, 작품 속 두 이복형제는 그 잊혀져가는 사실을 애틋하게 표현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실제 실향민 아버지를 둔 전훈 작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그만큼 분단된 역사와 아픔과 가족애가 작품 곳곳에 절절히 나타나고 있고, 등장한 세 배우는 풋풋하지만 진정성 있는 연기로 그 디테일을 잘 표현해냈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서 일어서려는데, 공연장 벽 액자 속 체홉과 마주쳤다.
언제부터인가 술집상권이 줄을 서게되고 말초적이고 통속적인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는 대학로에서 여전히 안톤 체홉의 작품을 비롯한 사실주의 연극을 진정성 있게 감상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아직 남아있다는 생각에 행복해졌다.
<강택구>와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의 대박을 기원해본다.
조한준관객
<강택구>(연출 김정근)
만 12세 이상, 90분, 아트씨어터 문, 2017.04.21~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