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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투스테이지/방송 인터뷰 기사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 참가하는 김문경·이수림 연출을 만나다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에 참가하는 극단 불한당의 연출 이수림과 창작집단 3355의 디렉터 김문경을 만났다.
둘 다 2017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참가한 인연이 있고 김문경 연출은 그때 공연했던 ‘이방연애’를 발전시켜 이번 페미니즘 연극제에서 다시 선보일 예정이며 이수림 연출은 ‘노라이즘’이라는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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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집단 3355의 디렉터 김문경


이번 페미니즘 연극제는 페미씨어터 주최, 플레이포라이프의 주관으로 6월20일부터 7월29일까지 대학로 일대에 위치한 미아리고개예술극장, 달빛극장, 드림시어터에서 총 9작품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페미니즘 연극제는 ‘페미니즘’의 영역을 광범위 하게 설정하고 여성이나 성소수자 등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털어놓고자 기획된 페스티벌이다.

올해 불어 닥친 ‘미투’ 열풍이나 불법촬영, 이른바 몰카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를 촉구하는 여성들의 대규모 대학로 집회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는 단지 여성들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가 그동안 어떻게 흘러왔고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잡혀있는 구조를 파헤치고자 하는 노력이다.



▲ 극단 불한당의 연출 이수림 


이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관습을 틀에서 벗어나 가까운 사람들과 크고 작은 논의를 하면서 인식의 호흡을 가다듬어야 하는 때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두 연출들은 배우들과 연극작업을 하면서 그동안 우리사회가 덮어두려했던 위계에 의한 폭력과 남성중심의 권위에 대한 저항이 단지 여성들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것이 아닌 자연스런 시대의 흐름이라 결론내리고 있다.

그래서 이번 페미니즘 연극제도 피해자적인 소수의 입장을 항변하고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연대하여 사회분위기를 개선해 나가는 즐거운 축제의 장을 만들고자 희망한다.

두 연출가의 대답을 들어본다.


▲ 지난해 열린 이방연애 관객과의 대화 모습



Q. 단체소개를 부탁한다.
김문경 : '창작집단 3355’는 말 그대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양을 뜻한다. 마음 맞는 사람 세 사람 다섯 사람정도 모여서 작품을 만든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해서 지은 이름이다.

이수림 :

극단 ‘불한당’은 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나 극단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그런 현상에 대해 비판과 수용을 하고자 만든 극단이다.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여 관객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 기푸름 배우와 김문경 디렉터



Q. 페미니즘 연극제에 참가하게 된 동기는?
ㄴ이수림 : 극단 회의를 할 때 어느 단원중 하나가 언젠간 페미니즘 연극을 해 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고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을 각색해서 페미니즘 공연을 올리자고 의견을 발전시켰는데 때마침 이번 페미니즘 연극제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페미니즘 연극제의 첫 발을 함께 디딜 수 있게 되어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

ㄴ김문경 : 이 페스티벌을 기획한 나희경 PD의 기획작품과 그 성향을 평소에 좋아했고 공연을 봐왔다. 그래서 이번 공모를 보고 참여 신청을 했는데 창작집단 3355도 다큐멘터리나 워크숍 등을 통해서 페미니즘을 내세운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 2017 이방연애 공연 모습




Q. 우리나라 여성들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수준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ㄴ이수림 : 어떤 사람들은 요즘은 ‘여성의 권리가 더 높지 않냐’는 말들을 하곤 한다. 하지만 여성들에겐 기본적으로 생존의 문제가 있다. 늦은 밤 귀가할 때도 공중화장실엘 갈 때도 어딜 가나 여성으로서의 불안함을 늘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여성운동가들이 열심히 해줬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김문경 :
오늘 인터뷰가 있기 전에 같이 작업하는 우리 배우들과 이 질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한국사회가 여성인권에 대해 여전히 열악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고 ‘요즘의 시대정신이 페미니즘이다’라고 말한 배우도 있었다. 페미니즘운동이나 이번 연극제도 심각하게 우리얘기만을 하기보단 웃고 즐기며 여러 사람들에게 함께하자 손 내미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우리사회에서 특히 바꾸고자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이수림 : 학생들의 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린학생들은 여전히 직업을 제시 때도 성 고정관념이 박힌 학습을 받고 있다. 어릴 때부터 성별의 구분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최대한 도와줄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ㄴ김문경 :

나는 무언가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가진 시간보다 바꾸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시간이 더 길었는데 우리 배우 중에 한사람이 젠더권력의 차이를 인식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다른 배우도 역시 교육, 법, 정치 등의 변화를 주장했다. 그러려면 사회제도가 같이 변해야 하는데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가가 그 사회의 ‘수준’을 대변한다고 말한 배우도 있었다.



▲ 2017 이방연애 공연 모습



Q. 그 외에 본인이 사회적으로 ‘소수자’라고 느꼈던 점이 있는가?
ㄴ이수림 : 가끔씩 연극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소수자임을 느낀다. 그리고 나는 왼손잡이인데,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거나 글씨를 쓸 때나 지하철 개찰구에서도 일상의 불편함으로 다가올 때 그런 느낌을 받는다.

김문경 : 최근에 인대를 다쳐서 목발을 하고 다녔는데 집의 화장실 턱이 높아 운적이 있다. 우리사회에서 단지 편리함 때문에 다수만을 위해 세팅 된 부분이 많다는 걸 느꼈다. 소수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단지 숫자가 적다는 것만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전에 나도 머리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연극을 하는 공간도 교통약자를 위한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걸 이번에 실감했다.



▲ 2018 이방연애 공연 모습



Q. 미투운동으로 사회가 한참 뜨거웠다. 특히나 문화예술계에서의 충격이 컸는데 느낀 점과 하고픈 말이 있다면?
김문경 : 미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고 지금 이과정이 고통스럽더라도 사회적인 성장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미투라고 외치지 않더라도 모두가 자각하게 될 것이다. 미투운동은 이전엔 개인의 잘못이라고 치부했던 것들이 그게 아니라고 깨달은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상처를 치유하는 시기다. 지금의 사회현상은 마치 나선처럼 뒤로 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위로 상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ㄴ이수림 :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많이 놀랍고 당황스럽고 두려웠다. 나 역시 그런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얽혀있었기 때문에 용기내서 목소리를 낸 사람들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꼈다. 그간의 내 행동에도 반성했고 앞으로는 용기를 내서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 2017 이방연애 공연 모습



Q. 이번에 하는 공연에 대해 소개해 달라.
이수림 : 입센의 ‘인형의 집’을 현재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미디어에 대입시켜보았다. ‘인형의 집’ 주인공인 노라가 최고의 현모양처를 뽑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는 가정으로 출발하여 지금의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이 처음 공연되었을 때 사회적인 충격이었고 ‘노라이즘’이라는 말까지도 실제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에 ‘인형의 집’을 각색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반대가 있었는데 원작에서 주인공 노라가 마지막에 단순히 집을 나가는 것이 현재의 페미니즘을 대변하기에 조금 약하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주인공 노라를 미디어에 상품화된 모습으로 각색하게 됐다. 미디어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여성을 어떤 시선으로 재단하고 있는지를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7월 19일에서 29일까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ㄴ김문경 : ‘내가 담겨있던 그 방과 내가 몸담고 있는 연애에 대해 퀴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어떤 방에 살고 있을 때 내가 어떤 연애를 했었는지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삶과 고단한 단면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울에 사는 ‘퀴어여성’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담아 올리려고 한다. 이번연극에 참여하는 세 명의 배우 중에 두 명은 실제 퀴어배우고 한명은 음악가이다. 그래서 배우들이 예술가, 퀴어,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관객들과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 기대한다. 7월19일부터29일까지 혜화동 달빛극장에서 열린다.




Q. 이번 연극제를 통해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ㄴ김문경 : 이번 연극제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좋은 배우와 연극인들을 만나는 걸 기대한다.

ㄴ이수림 : 나도 그런 점을 무척 기대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연극제가 여성영화제처럼 꾸준히 열려서 더 이상의 페미니즘 운동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Q. 향후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ㄴ이수림 : 이번 노라이즘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지속적으로 관객과 가까이에서 만나는 걸 고민하고 있다.

ㄴ김문경 : 이번공연이 끝나고 나면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책자로 만들 생각이다. 단순한 대본에서 벗어나 작업하는 과정의 생각들까지도 세세하게 담긴 아카이빙북이 될 것이다. 다른 작업자들에게 우리의 작업리포트가 도움이 되길 바라는 이유다. 그리고 ‘창작집단 3355’차원에서 8월25일에 ‘다다름 필름파티’라는 외모다양성 영화제를 올린다. 올해 3회째인데 한국여성민우회, 여성환경연대, 66100 등이 함께한다. ‘다양한 몸, 다양한 외모들이 모두 멋지다’는 주제를 가진 페스티벌로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