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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산울림 고전극장 헤카베]「다수의강자와 소수의 약자의 이야기」


헤카베는 서양 문화에서는 비극적인 어머니상으로 많이 묘사된다.

트로이의 마지막 왕비인 헤카베는 트로이전쟁에서 남편과 많은 자식들을 잃고 노예로 끌려간다.

마지막 막내아들인 폴리도로스까지 사위인 폴리메스토르에 의해 잃고,

이에 분노한 헤카베는 폴리메스토르의 두 눈을 찔러 장님을 만들고, 그의 두 아들을 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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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피고인 헤카베와 피해자 폴리메스토르는 연합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법정에 서게 된다.

여기서 두사람의 법정 진술이 갈린다.


트로이의 황금에 눈이 멀어 아들을 살해한 폴리메스토르에게 복수한 것이라고 하는 헤카베.

트로이를 재건하려 하는 반역자를 법의 심판으로 처형하였다는 폴르메스토르.


연합국인 트라키아의 왕인 폴리메스토르의 편에 서야 할지. 자신이 사랑하는 카산드라의 어머니 헤카베의 편에

서야할지 아가멤논은 고민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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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왕의 눈을 멀게하고, 왕자인 그의 아들들을 죽인 노예.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한 약자.

불합리한 상황에서의 약자들의 외침을 그린 공연이 마치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의 이야기 같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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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나무판자로 된 무대 위에서 연기 하는 배우들이 중간중간 발을 구르거나, 무대를 손으로 치는 식으로,

공연의 긴장감을 고조 시키며 연기를 하여, 지루하거나 늘어지지않았다.

특히 곽지숙배우님이 연기하신 헤카베는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라는걸 관객 입장에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멋진 연기를 보여주셨고, 다른 배우분들 역시 맡으신 역을 멋지게 소화하셔서 보는 내내 공연에 푹 빠져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커튼콜의 배우분들의 몸짓은 정말정말 멋있었다.

영상으로 남길 수 없었던게 참 아쉬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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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수유투(困獸猶鬪) 라는 말이 있다. 도망치던 짐승도 궁지에 몰리면 적을 향해 덤빈다는 뜻이다.

아무리 힘없는 약자라도, 자신이 곤경에 처하거나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다면,

강자를 향해 소리치며, 공격할 수 있고, 어쩌면 궁지에 몰린 약자가 때로는 더 강할지도 모른다.

약자도 강자에게 덤빌 수 있는 힘이 조금씩 생긴다면, 먼 훗날 미래엔 강자와 약자가 나뉘지 않는 

모두가 동등해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이 글은 2017년 플레이티켓 리뷰단 "노이슬"이 작성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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