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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투스테이지/방송 인터뷰 기사

8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다재다능한 배우 문영동

플레이투스테이지의 70회 출연자로 배우 문영동 배우를 만났다. 문 배우는 1991년 연극 '에드먼드'로 데뷔한 이후, '코뿔소', '챠이카', TV 드라마 '패션'을 비롯하여 '2009 외인구단', '시그널', 영화 '알포인트', '최종병기 활', '명량'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왔다. 최근에는 8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했다. [문화뉴스기사전문]

 

 

플스 70회 게스트, 배우 문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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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배우로 입문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하다. 

└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전공할 생각이 없었고 연극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 동국대학교 영문과에 들어갔는데 입학하고 채 1주일도 안 된 시점에서 영문과 원어 연극을 준비하던 3학년 선배가 입대 영장을 받게 됐다. 셰익스피어의 '뜻대로 하세요'라는 작품이었는데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타로 참여하게 됐다. 3일 동안을 잠 안 자고 영어 대사를 외웠고 1학년 신분으로 무대에 서게 됐다.연극영화과의 안민수 교수님께서 우리가 공연하고 있는 극장을 우연히 지나가시다가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셨고 연영과로 추천하셨다. 가끔 타전공생이 연영과 이론수업을 듣는 경우는 있었지만, 실기수업을 듣는 것은 생긴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두 개 학과를 복수전공을 하면서 졸업 때까지 180여 학점을 이수했다. 연영과와 영문과를 오가며 연극을 했으니 실제 연영과 학생보다 연극은 훨씬 더 많이 했다. 3학년 때쯤 직업 배우의 길을 결심하게 됐고 마침 나를 이끌어준 안민수 교수님도 대학원진학을 권유했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로 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Q. 어떤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대학원 모임에서 내가 없는 자리에서 안민수 교수님께서 사람들에게 나를 두고 자연 발생적으로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는 걸 들었다. 문영동에게는 연기에 대해서 정형화된 방식으로 강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영화 '유리'에서 함께했던 박신양 배우하고 나를 비교했다는 말씀도 들었다. 박신양 씨는 러시아에서 사실주의 연극을 공부한 만큼 철저히 분석에 의해 연기하는 사람이고 나는 미국 스타일처럼 직관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다라는 평가를 했다고 한다.


영화 '명량'


Q. 연극영화과 정식 입학생이 아닌데 고생했을 것 같다. 

└ 처음부터 연영과를 입학해서 들어간 것이 아니라서 텃세를 부리던 선배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차츰 마음을 열고 인정해줬고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원래 성품이 친절했던 한석규 선배는 나를 따로 불러서 술을 사주며 격려해줬던 기억이 난다.

또 다른 동문선배인 최민식 배우도 내가 학교에서 공연을 준비할 때 본인이 기획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협찬도 받아다 주며 제작에 많은 도움을 줬다. 실제로 함께 연기 작업을 한 게 2014년 영화 '명량'에서가 처음이었다. 감회가 새로웠고 제작진들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나에 대해 진심으로 소개해주는 말을 해줘서 더욱 고마웠다. 


Q. 연극무대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렇게 진출하게 된 계기는? 그리고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운이 좋았다. '지하생활자'라는 독립영화로 데뷔했는데 그 감독이 나의 무대 연기를 보고 캐스팅했다. 겉은 왜소하지만, 내면의 에너지는 가득 차 있는 캐릭터를 찾고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내 영화 연기에 대해서 '무대에 서 본 배우들은 과장된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좋았다'라는 평을 했다. 연극배우들이 카메라 앞에 연기할 때 무대에서처럼 힘주는 버릇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유리'도 처음에 양윤호 감독이 나에게 시나리오 좀 함께 검토해달라고 온 것이었는데 출연까지 하게 됐다. 이후에 영화에서 출연제의가 많이 왔다. 하지만 영화사에서 제안이 올 땐 오디션을 본다고 하면서 쪽 대본을 준다. 그런 방식이 적응이 안 됐다. 전체 스토리 안에서 내가 연기해야 할 배역을 분석하고 감독과 논의하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하는데 배우가 단순한 기능만 하는 사람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나마 영화는 작품에 캐스팅되면 전체를 분석해볼 시간이라도 있지만, 드라마는 완전히 기능적인 연기만 한다. 드라마는 경제적인 이유로 출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런 단순한 오디션 제안들을 거절하고 대학로로 돌아가서 연극만 했고 8년 만에 다시 영화를 한 것이 '알 포인트'였다. 당시에도 제작사에서 오디션을 보자고 했는데 거부했고 그냥 내가 무대 연기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보내줬다. 그렇기에 오히려 캐스팅된 것 같다. 

영화나 미디어 쪽으로 관심을 두는 후배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난 운이 좋았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지금은 등용문이 좁아진 건 사실이다. 오로지 실력을 연마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로 진출하기 위해 배우의 길을 택하는 후배들이 많은 것 같다. 사실 내가 처음 배우를 결심할 때와 그 당시의 주위의 동료들은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동경은 별로 없었다. 그저 연극무대가 좋았고 거기에 미쳐있었을 뿐이다. 난 데뷔 때부터 주연급으로 발탁됐기 때문에 배우의 길에서는 순탄한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경제적인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영화 '순수의 시대'


Q. 스타와 배우의 차이를 논한다면? 

└ 우리가 드라마 연기자를 탤런트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들에게 배우로서의 연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스타는 외모의 매력만으로 상품성이 갖춰진 사람들이고 자본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 말 그대로 '일약 스타'인 것이다. 하지만 스타가 아닌 '배우'는 자본에 의해 만들어질 수 없다. 출발부터 연기적인 재능과 운명을 타고나야 함은 물론이고 진정한 배우가 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린다. 


Q. 지금의 연극영화과도 많이 생겨나고 사회에 진출하는 배우들이 많아졌다. 한편으론 학교의 미숙한 교육시스템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은데 어떻게 보는가? 

└ 사회적으로도 팽배해진 천민자본주의의 문화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나 예술은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돈으로만 환산하려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 그렇다 보니 배우의 의식도 낮아지고 훌륭한 연출가를 사회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나 사명감이 결여돼 있다. 수요가 넘치니 대학교에선 연영과를 무분별하게 만들었는데 강사의 수요도 급작스럽게 늘다 보니 수준이 안되는 사람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제는 연영과를 나왔다는 것이 그다지 내세울 만한 프로필이 못 된다. 학생들도 막연히 연예인의 꿈만 가지고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연극을 목적이 아니라 TV나 영화로 진출하기 위한 하부구조로밖에 여기지 않게 됐다. 초, 중, 고 교육과정에 연극 과목을 신설해야 한다. 음악이나 체육은 기초과정에서 배우는데 연극은 그렇지 않다. 이런 기초교육을 통해 책임감과 협동심을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한다.


영화 '알포인트'


Q. 그리고 연극계를 바라보는 본인의 입장은 어떠한가? 

└ 이제 '연극은 죽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예전에는 좋은 공연도 많았고 지원금 없이도 잘 견뎠고 오히려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제작자가 돈을 많이 들였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소위 데이트연극이 많아졌고 공연이 잘돼도 극장주나 건물주만 배가 부르는 등 문제점이 많다. 연극계가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더 어려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야 돈만 생각하고 연극계에 들어온 사람들이 물러날 것이 아닌가. 실제로 나도 생계문제로 연극을 떠나 있다가 몇 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가끔 후배들이 '나 정도 됐으면 이제 어느 정도 생활이 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여전히 나도 경제적으로 어렵다. 그런 생각을 하면 자괴감이 든다. 나 정도로 배우로 활동했으면 최소한의 형편을 갖추는 것이 정상인데 내가 이 정도니 하물며 후배들은 오죽할까 싶다.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면 배우를 포기하는 사람도 봤다. 그나마 나는 투잡을 하지 않고 생활을 하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할 뿐이다. 배우만 하며 살기 위해선 남들과 똑같은 소비를 하며 살 수 없다. 그런데도 '나는 한다'라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Q. 연극은 영화보다 산업적인 발전이 더디다. 최고의 흥행영화를 경험해본 배우로서 아직도 열악한 연극제작환경이 답답해 보일 텐데… 

└ 협회 차원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 정권이 바뀌면서 문화정책도 바뀔 것이라 기대한다. 우선은 제작자들의 마인드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제작할 때 보면 모든 비용을 제한 뒤 배우의 출연료를 책정한다. 이런 마인드로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다.

사실 연극에서 좋은 배우만 있다면 나머지 무대나 조명, 의상 등은 줄여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극의 3요소인 배우를 고르는데 먼저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어떤 극단은 지원금을 받게 되면 일부 금액을 다음 공연 제작비로 남겨둔다는 얘기도 들었다. 현실적인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것은 어쨌든 부정하게 지원금을 쓰는 것이고 여러 사람을 위한 논리라고 해도 납득할 수 없다. 또한, 이것이 지나치면 개인적인 횡령이 될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선 좋은 작품을 사후에 지원하는 방향이 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공연지원예산에서 매년 소극장 하나씩만 지었으면 좋겠다. 극장은 한번 만들면 유형의 자산이 되는 것이고 지원금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좋은 극장을 만들어 작품에 대한 엄격한 심사로 대관을 주게 되면 믿을만한 공연이 올려지게 되고 그런 양질의 공연을 관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론에서도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코너가 줄었다. 요즘의 언론은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뒤따라갈 뿐 한발 먼저 나아가 좋은 작품을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문화예술은 정말 중요하다 잘못된 제작 관행과 자본의 논리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이런 비판도 연극계를 부정하는 의미라기보다 애정이 있으므로 안타까운 마음에서 하는 말이라도 들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