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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투스테이지/방송 인터뷰 기사

탈춤으로 이 시대와 호흡하는 천하제일탈공작소 허창열, 이주원 대표

천하제일탈공작소 공동대표 허창열, 이주원을 만났다.

이들은 탈춤이라는 전통연희를 바탕으로 동시대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가고 있다.

 

 

                                       ▲ 오셀로와 이아고 공연사진

 

 


▲ 플스 105회 게스트. 천하제일탈공작소 허창열 대표


▲ 플스 105회 게스트. 천하제일탈공작소 이주원 대표



Q. 천하제일 탈공작소의 창단배경과 연혁은?
ㄴ 이주원: 대학에서 전통연희를 전공했는데 여러 전통연희의 과목 중에서도 탈춤을 전공한 사람이 적었고 활동이 조금 위축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 대한 대안으로 창단하게 됐다. 사실 탈춤이 원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게 강했는데 현재는 전승되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상태다. 탈춤을 추는 젊은 한 사람으로서 갈증이 생겼다. 허창열대표는 고성오광대, 나는 하회별신굿, 그리고 봉산탈춤을 전공한 세 명으로 출발했다.

Q. 탈공작소가 추구하는 ‘전통연희’란 무엇인가?
ㄴ허창열: 탈, 탈춤, 탈놀이, 창작탈춤극이라는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것을 추구한다. 보존회는 예전의 것을 전승하는 게 주목적이라면 우리는 현재에 살아있는 탈춤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Q. 탈(脫) 장르적인 공연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인가?
ㄴ 이주원: 탈춤 자체가 복합적인 장르다. 그 안에 극, 춤, 음악, 노래가 있다. 최근에 공연한 ‘오셀로와 이아고’라는 공연을 보신 분들이 새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사실 우리는 늘 하던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공연을 만들 때도 변치 않는 요소라면 가, 무, 악, 탈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Q. 일반적으로 공연을 할 때 연희자의 구성은 어떻게 되며 연출은 누가 하는가?
ㄴ허창열: 전통탈춤공연을 할 때는 우리 둘이 함께 구성, 연출을 맡고 연희자(탈춤꾼)를 더 모아서 공연을 올린다. 각자의 생각과 색깔이 담긴 작품을 할 때도 역시 각자 구성, 연출을 맡는다. 그러나 새로운 창작 작품을 만들 때는 외부연출을 섭외한다. 지금까지 함께 작업한 외부연출은 장윤실, 김서진, 신재훈 연출 등이 있었다.

▲ 하회별신굿탈놀이 이매춤_이주원


Q. 장르의 차이에 따른 연출가와의 마찰은 없었는가?
ㄴ허창열: 처음에는 생각의 차이가 있었지만 크게 부딪혔다고 보진 않는다. 연출들이 전통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함께 공연도 보러 다니면서 차이를 좁혀갔다. 한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탈춤에서 쓰는 리듬감 있는 재담을 다소 건조한 연극 대사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또 때에 따라서 탈을 벗고 연기해야 할 때의 어색함도 있었다.

ㄴ 이주원: 연극을 하시는 분들과 우리가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것 같다. 연극에서는 작품의 캐릭터를 면밀히 분석해서 표현하는 반면 우리들은 그 캐릭터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초창기에 작업 할 당시에는 연출들이 전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우리도 연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요즘엔 서로 이해가 높아져서 조율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Q. 이번에 끝난 ‘오셀로와 이아고’라는 작품이 궁금하다. 어땠는가?
ㄴ허창열: ‘오셀로와 이아고’는 작년 5월에 쇼케이스를 하고 이번 1월에 공연한 작품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작품을 만들고 공연해왔지만, 그 어떤 공연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했던 것 같다.
처음 구상 할 때는 명작으로 한번 탈춤을 춰 보자라는 단순한 의도만으로 시작했다. 막연한 생각으로 출발해서 연출가와 함께 고민하다 보니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무대에 올리게 된 것이다.

ㄴ 이주원: 이번 공연의 목표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가지고 있는 무게를 탈춤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비극의 무게를 탈춤의 거뜬함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준비했다. 그런데 이번에 준비하면서 탈춤이 가진 기본적인 형식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고 배웠던 것 같다.

Q. 그간 선보인 작품 스타일과 어떻게 달랐는가?
ㄴ 이주원: 일단 ‘탈춤과 명작의 만남’이라는 콘셉트가 있었다. 그전에는 창작 대본으로 주로 공연을 했는데 스토리가 다소 주관적이라 좋아하는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이 극명하게 나누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능하면 더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는 명작에 기대어 보려 했다. 그리고 탈에 변화를 주며 전통적인 탈춤에서 벗어난 시도를 해봤다. 예를 들자면 탈을 깨거나 공연 중에 얼굴을 노출하는 장면 같은 건데 사실 전통탈춤에서는 금기하는 행동이다.

ㄴ허창열: 원작 ‘오셀로’에 나오는 여러 배역을 3명의 배우로 압축했고 ‘마음을 숨기는 탈’을 표현해보았다. 그러면서 새로운 춤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전통의 본질도 다시금 고민했다.


Q. 흔히 탈춤은 흥겹다고 생각하는데 오셀로는 비극인 데다가 두 인물은 미묘한 긴장이 묻어나는 관계다. 탈춤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데….
ㄴ 이주원: 탈춤을 대표하는 단어가 풍자와 해학이긴 한데 탈춤에서도 사실 비극적인 장면이 있다. 본처와 첩의 갈등으로 인해 본처가 죽음으로 몰리는 내용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탈춤에서는 그런 장면을 거뜬하게 보여준다.
죽는 장면인데 웃음이 날수도 있다. 그래서 표현의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탈춤과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가진 소재 자체는 같다고 생각한다. 셰익스피어가 비극을 풀어가는 방식이 오밀조밀하게 차곡차곡 쌓아서 빵 터뜨린다면 탈춤은 크게 턱턱 쌓아서 터뜨리는 것이다. 아무튼, 오셀로가 탈춤으로도 가능하고 관객의 호응을 끌어낸 데에는 셰익스피어의 탄탄한 대본 덕분임은 부정할 수 없다.


Q. 공연 때마다 탈을 새롭게 제작하는가?
ㄴ허창열: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는 그 배역에 맞는 탈을 만들고 있다. 만드는 것은 소품 제작자에게 의뢰하여 상의한다. 탈은 기본적으로 종이로 만든 탈(지탈), 박으로 만든 박탈, 나무 탈(목탈)이 있다. 재료는 전통의 소재고 캐릭터도 기존의 것을 참조하지만 굳이 연연하지는 않는다.

▲ 고성오광대 문둥북춤_허창열


Q. 사실 탈춤을 무대공연으로 볼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ㄴ허창열: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가무형문화재로 본다면 지역별로 13가지 정도가 보존회를 통해 전승되고 있다. 그렇다 해도 하는 사람이 적고 공연을 볼 기회도 없다. 하지만 실제로 본 사람들에게 재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한예종 전통연희과가 있지만 그 이전에는 전문가가 되는 길이 없었다.

ㄴ 이주원: 전문가에 의한 전승이 좀 끊겼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관객들과 만나서 공감하기 어려운 옛날이야기고 대사가 어려운 것도 이유다. 춤 잘 추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다른 길을 걸었다. 먹고사는 길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Q. 탈춤만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ㄴ허창열: 기본적으로 탈이 가진 에너지가 있다. 탈을 쓰고 춤을 춘다는 독특한 매력이 있고 신명에서 시작해서 신명으로 끝나는 것이 바로 탈춤이다.

ㄴ 이주원: 탈춤뿐만 아니라 전통연희가 추구하는 매력이라고 한다면 공동체의 신명이다. 열심히 일하다가 놀 때 한판 크게 노는 것이다. 전통연희에서 좋은 공연을 보았을 때의 느낌은 축제를 굿 한판을 본 듯한 느낌이 드는데 공연 중반쯤 되면 엉덩이가 들썩이고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 마지막에는 무대에서 모두 함께한다. 관객과 연희자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