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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투스테이지/방송 인터뷰 기사

젊은 공연기획자에게 듣는 10년차 공연이야기, 스튜디오백 백민기 대표

젊은 공연기획자 백민기를 만났다. 그는 스튜디오 백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로 힙합이나 비보이 공연을 기획해왔다.

스스로가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공연 일을 배웠기에 젊은 나이지만

공연기획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아 꾸준히 레슨을 하고 있다.
그에게 대표작이 무어냐 물었지만 ‘아직 없다’며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의미심장한 답변을 던졌다.


 

▲ 플스 111회 게스트. 스튜디오백 백민기 대표

 

플스 111회방송 전체듣기


 

Q. 스튜디오 백은 어떤 것이며 만들게 된 배경은?
ㄴ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약 2년간 일했는데 어려움이 많아서 정식 사무실을 오픈했다. 강남 학동에 연습과 레슨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 공간을 통해 이전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랑 교류하고 싶었고 더불어 예술가들의 자생력을 돕고 싶었다. 그래서 연극이나 무용하는 사람들과 많이 만났고 그들을 통해 그 공간에서 레슨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안 되었다. 예술가들과 나와의 생각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연습실 공간은 폐쇄하고 인사동으로 옮겨 사무실 운영만 하고 있다.

Q. 연극 공연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들었다.
ㄴ 2015년에 어느 극단의 공연기획을 도와준 적이 있다. 힙합공연을 하다가 연극계 쪽과 친해져 보고 싶었는데 사실 좀 상처를 받았다. 이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연극계는 쉽지 않다는 말을 했는데 그게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연극을 하는 사람들의 자존심이 세다는 걸 느꼈고 게다가 내가 연극을 모른다는 투로 말했다. 나보고 공연에 개입하지 말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기획자라는 직업 자체를 무시하고 거부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아팠다.

▲ 공연 현장에서.


Q.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는가?
ㄴ 어떤 공연이건 끊임없는 견제와 소통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연극계를 봤을 때 연출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다 보니 그렇게 조언을 받아들이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미투운동이 번져가고 있지만 이후 환경이 개선될지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Q. 기획자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ㄴ 사실 연출을 견제하는 게 기획자인데 작품을 만들다 보면 오히려 기획자에게 안 좋은 프레임을 씌워서 배척하는 분위기를 느꼈다.

Q. 그래도 공연계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ㄴ 후원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생력을 기르는 데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고민하는 게 기획자들이다. 그리고 많은 예술가가 그러한 기획자의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 작품이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예술가들의 시각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 플스 111회 방송중


Q. 공연기획자를 가르치고 있다.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
ㄴ 2016년 4월부터 했는데 강의도 하고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그들과 토론도 많이 한다. 지금 수강생이 총 22명인데 실무자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절반씩 있다. 입시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글 쓰는 것을 가르치는데 기획서를 써놓고 소리 내서 읽어보는 것도 글을 잘 쓰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나는 스스로가 패배자라고 생각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후배들에게 그런 환경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Q. 공연기획 지망생들의 선입견이 있다면?
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예술 쪽 일로 먹고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럴 땐 나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는 이 일을 10년째 하고 있다고 말한다.

Q. 향후 계획은?
ㄴ 일단 다목적 홀이 있는 공간으로 이사를 할 계획이며 연극기획도 다시 도전하고 싶다. 각자 역할에서 자부심을 가지면서 결과적으로는 자생력이 있는 공연을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