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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이 시대 젊음의 서글픈 초상 '형, 이거 나만 불편해?'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음의 서글픈 초상이며, 이십 대, 순수하며 한 떨기 꽃 같은 나이에 경험하는 모든 사회악과 부조리의 집합체, 군대.
연극 `형, 이거 나만 불편해`는 청춘의 한 페이지에 관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시놉시스는 이렇다. 이미 전역해버린 주인공의 온갖 만행을 회상하는 후임들, 그 원망 때문이었을까? 집에서 백수로 빈둥거리며 자신의 군 생활을 공작 깃털마냥 온갖 거짓으로 화려하게 치장하던 주인공에게 재입대하라는 영장이 도착한다. 그리고 그 악몽 같은 군대로 재입대한다. 그곳은 자신이 제대하기 전 고참으로써 했던 모든 악행이 그대로 관습처럼 대물림되고 있었고 주인공은 그 말도 안 되는 곳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끝이 난다.
연극 '형, 이거 나만 불편해?' 센스작렬 재입영통지서 입장권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은 군대라는 곳을 거쳐야만 한다.
적어도 나에게 그곳의 첫 느낌은 이랬다. ‘말도 안 돼’
스물한 살에 겪어 보는, 폭력으로 응집되어 있고, 복종을 강요당하며, 말 같지도 않은 위선적인 일을 대물림해야 하는, 처음 겪어보는 미쳐있는 사회였다. 희망을 꿈꾸며 제대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그토록 희망했던 사회는 군대와 다를 바 하나 없는 온갖 부조리로 점철되어 있는 곳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 대한민국은 이십 대에 바라본 그것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발전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그때보다 더 미쳐버린 것만 같다. 1970년대 박정희의 유령이 아직도 버젓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었으니 말 다한 것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만의 문제였을까? 이 연극의 주인공처럼 나 역시 그 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으며, 한 곳에 짱박혀 그 모든 것들을 대물림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지금 겪는 이 악몽은 그 무책임함과 비겁함의 뼈아픈 결과물이지 않겠는가 말이다.
희망을 꿈꾸려면 적어도 나 스스로가 변해야만 그것에 다가갈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되는 오늘의 연극이다.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생각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 톨스토이
포인트 디자인이 돋보이는 무대와 조명 디자인
[연극 '형, 이거 나만 불편해?’]
작/연출 : 김관 (Kwany Kim)
원안 : 임신효
조연출 : 안새봄, 강서희
출연 : 이양우, 박경훈, 인지은, 박태환, 김형진, 이종건
조명디자인 : 김민재 (Minjae Kim)
무대디자인 : 정유정 (Yu Jeong Jung)
기획 : 양지모, 김보영
사진 : 유진희
연극 '형, 이거 나만 불편해?' 포스터

* 플레이티켓 리뷰단 이재열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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