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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투스테이지/방송 인터뷰 기사

중세음악으로 초대합니다! 무지카 템푸스 윤현종 음악감독과 장병욱 연출

클래식 기타를 비롯해 다양한 악기연주를 하며 연극과 무용공연 등에서 음악을 만들고 있는 윤현종 음악 감독과 공대 출신이지만 졸업 후 에이콤 연출부 활동을 시작으로 공연계에 입문해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연출가 장병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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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스 90회 게스트, 무지카 템푸스의 윤현종 음악감독과 장병욱 연출가

 

Q. 둘이 함께 만나 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ㄴ 장병욱: 조연출 생활하고 있을 때 국립극단의 단막극 연작시리즈에서 ‘새’라는 공연을 하게 됐는데 연주자로 참여한 윤현종 감독과 만났다. 그 이후에 꼭 다시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윤현종: 그때 나도 장연출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게 됐고 무엇보다 업무 수행능력이 뛰어난 것에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예술적 생각이 확고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나는 기타리스트지만 음악 감독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공연에서 서로 도움 될 일이 많다.
장병욱: 내가 이끄는 ‘해보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도 윤현종 감독이 함께 작업했고 윤현종 감독의 팀에 가서 내가 연출을 맡기도 하며 꾸준히 공연을 올렸다.

Q. 음악을 하는 사람과 공연연출가가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서로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ㄴ 윤현종: 아무리 악기가 좋아도 악기제작자의 인품이 별로면 악기제작을 의뢰하고 싶지 않다. 장연출 같은 경우도 인간적인 신뢰가 다가오는 사람이었다. 함께하면 재밌고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고 공연 작업을 할 때도 여러 멤버들을 융화시키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장병욱: 윤현종 감독은 클래식을 전공 했고 음악적인 바탕이 굉장히 탄탄한 사람이다. 반면 내가 작업하는 스타일은 순간순간 아이디어로 튀어나오는 걸 무대에 올리는 식인데 윤감독은 내가 만드는 공연에서 음악적인 본질을 찾을 때 도움이 된다. 최근 ‘씹을 거리를 가져오세요’라는 공연을 함께했다. 그때 윤 감독이 에이블톤이라는 음악 장비를 배워서 공연에서 다양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단단한 음악적 기초가 있는 사람이라 어떤 실험적인 것을 해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다.

 

▲ 윤현종 음악감독과 장병욱 연출가

 

Q. 각자 추구하는 예술적인 스타일이 있다면?
ㄴ 윤현종: 가치 있는 작품을 남기고 싶다. 그 ‘가치’라는 것은 내가 판단하는 기준이다. 작업의 만족도에서 찾을 수도 있고 음악적 퀄리티에서 찾을 수도 있다. 매 순간 내 스스로에게 ‘지금 하는 것이 가치 있는 공연인가’라고 묻는다. 목표치가 높아서 만족하는 공연이 많진 않다.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음악을 만들더라도 나의 아이디어가 보태지는 공연이 되길 원한다.
장병욱: 내가 추구하는 방향은 뭐라 단정 짓기 어렵지만 요즘 내가 작업하는 작품들을 보면 어떤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는 않았다.다양한 공간에서 날것의 생각을 푹 떠서 옮겨놓을 수 있는 공연을 하는 게 지금 나에겐 가장 흥미 있는 것 같다.
최근 했던 ‘씹을 거리를 가져오세요’라는 공연은 저마다 살면서 불만족스러워서 씹고 싶은 일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소재를 무대에 표현할 때 다큐멘터리 형식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일반인들을 섭외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Q. ‘중세음악’이란 것이 생소하다.
ㄴ 윤현종: 바로크 이전에 르네상스가 있었고 그 이전을 중세라고 하고 그때 연주되었던 음악이다. 실제 12세기에서 14세기 정도에 만들었던 음악을 연주한다. 음악공연에 대한 아이디어는 내가 냈지만, 전체 구성에 대한 것은 장연출이 덧붙일 계획이다. 작년에 장연출과 함께 핀란드 여행을 했다. 그때 에스토니아의 ‘탈린’이란 도시를 방문했는데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마을이 있었다. 거기서 지내면서 중세 음악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말을 장연출에게 꺼냈다.
단순히 음악공연으로 하고 싶었지만 장연출이 내가 하는 중세이야기를 듣더니 더 재밌게 살려볼 만한 콘텐츠라고 말했고 기획안을 짜서 올해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에서 선정됐다.

 

▲무지카 템푸스의 중세만세 포스터

 

Q. 이 음악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팀 소개를 해달라
ㄴ 윤현종: ‘원전연주’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자면 바흐가 살던 시대에는 지금 우리 시대에 쓰이는 악기와 음정이 다르다. 바흐가 살던 시대의 음악을 재현하는 것이 ‘원전연주’다. 바흐나 비발디는 원전연주를 많이 하지만 르네상스나 중세는 그렇지 못하다. 남아있는 악보도 원시적이고 악기 복각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한번 시도해보자고 결심했다.
리코더 연주자인 박경리 선생, ‘비올라 다 감바’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강지연 선생과 내가 연주를 함께 한 적이 있는데 르네상스와 중세음악을 했었다. 그리고 다른 방면에서 알고 지낸 ‘계피자매’라는 팀이 있다. 이들은 ‘허디거디’라는 악기와 중동타악기를 연주하는 2인조다. 그 악기들이 실제 중세 음악 연주에 쓰인다. 이렇게 5명이 모여서 ‘무지카 템푸스’라는 팀을 결성했고 지난 10월 춘천국제고음악제에서 처음 함께 모여 연주를 했다.

Q. 이번에 하게 될 연출적인 방향은 어떤가?
ㄴ 장병욱: 중세는 자료가 빈약하다.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고증을 시도하지만, 나머지는 상상에 의해 채워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무지카 템푸스’가 상상하는 중세의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지카 템푸스의 상상이 관객의 상상으로 옮겨지는 공연인 것이다. 작년에 함께 여행 갔을 때 그 중세풍의 마을의 어느 술집을 갔는데 굉장히 옹색한 곳에서 연주하는 걸 봤다.
첨엔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술집이라는 환경에서 그들에겐 그 옹색한 장소가 연주하기에 가장 편안한 장소였던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편안한 술집에 온 것처럼 같이 놀고 연주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해보고자 한다. 그래서 공연장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비밀스러운 공간을 들어가는 경험 자체가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현종: 그렇게 찾은 적합한 장소가 통의동에 있는 ‘오디오 가이’라는 스튜디오다. 12월 26일과 27일 저녁 8시에 재밌는 중세이야기를 들으며 술과 춤이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

 

 

         

▲공연 연습 사진

 

Q. 중세음악이 가지는 매력이 무엇인지
ㄴ 윤현종: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사실 우리가 듣는 음악은 국악이 아닌 이상 대부분 서양에서 온 것이다. 그 서양음악의 뿌리가 되는 것이 바로 중세시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새로운 시각을 열어볼 수 있는 음악이다.

Q. 공연 활동을 하면서 평소에 느끼는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ㄴ 윤현종: 나는 연주, 작곡 등 다양하게 활동한다. 공연에 참여하는 장르도 다양하기 때문에 힘들다. 그리고 작곡자로서 만나게 되는 공연의 연출가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장병욱: 공연작업을 열심히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유형의 가치로 환산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경제적인 가치로 치환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작업에 대한 지속가능한 동력을 잃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 자신이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회적인 기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