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리뷰

'취향' 관람후기

 

이전에도 이영광 선생의 공연을 몇 번 보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새천년이니 밀레니엄이란 말이 귀에 분분하던 2000년 봄,
연강홀에서 이광수 선생님의 "하늘 여는 소리" 공연을 봤는데
그때의 짝쇠 연주에 부쇠 역할을 하셨던 분이 이영광 선생이었다.
 
혈기방장하던 30대 초반 사내의 땀방울 튀는 버슴새에 함께 갔던 우리 모두는 열광했고,
실례를 무릅쓰고 감히 말씀드리자면, 상쇠보다 부쇠에게 더 많은 박수를 보냈었다.
 
개인적으로 웃다리의 칠채가락과 영남의 길군악가락을 좋아한다.
 
이 두 가락은 우리로 하여금 맨 처음 풍물에 매력을 느끼게 하고
마침내 거기에 뛰어들게 만드는 힘을 가진 가락이라 믿는다.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느림에서 빠름으로, 약함에서 강함으로 나아가는 연주의 전형이
바로 이 가락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공연에서 간만에 들은 길군악은 그 호흡이 특히 유장해서 좋았다.
 
이영광 선생의 유난히 찰찰거리는 꽹과리 소리는 언제 들어도 매력적이다.
저 쇠를 저 나무로 치는데 어떻게 소리가 저리도 위태위태하고 안타깝게 흐를 수 있을까?
그가 한 호흡 안에서 다양하게 쪼개 공기의 결을 비집고 소리를 보내면
그것은 내 고막에 닿아 하.......박 부서졌다.
 
꽹과리 소리가 차츰 빨라져 급기야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가는 듯 들릴 때가 있다.
언뜻 들으면 가락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소리간의 경계가 무너진 것 같다.
이쯤 되면 왼팔의 막음새와 오른팔의 쇠채는 벌새의 날갯짓을 방불케 하고
 
상쇠의 버슴새는 무아의 경지에 들어서는데
신기하게도 중간에 수직으로 떠있는 꽹과리는 미동도 없는 듯 한 착각.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이 눈호강을 선사해주신 데 대해 심심한 사의를 표하고 싶다.
그 장면을 함께 하셨던 부쇠(김훈)께도 특별한 애정을 보낸다.
젊은 날의 이영광 선생이 그러하셨듯 훗날 멋진 상쇠가 되어주시리라 확신한다.

 

 

 

 

이전 공연에서도 류정용 선생의 드럼 연주에 반했는데,
테크닉도 테크닉이려니와 이 분의 신명은 인류최강이라 생각한다.
특히, (애드립으로 보였는데) 드럼으로 들려주신 굿거리 변주에는 귀가 번쩍 뜨였다. 

 

 

 

 

영화로 치면 스포일러 같아서 공연기간이라면 못 꺼낼 말이지만
상여소리와 함께 커튼이 젖혀지면서 평일날의 (실제) 저녁풍경이 유리창 너머로 보이고
지나가는 버스, 행인들에게 공연의 "뒷모습"이 노출된 장면은 신선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는데, 엉뚱하게도 이 공연을 저 유리창 밖에서 봐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
 
장구, , , 대북, 가야금, 판소리, 재즈악기의 연주, 무대디자인 모두 맘에 들어서 달리 보탤 말이 없다.
 

앞으로도 거듭되는 새로운 시도와 크로스오버적인 도전을 늘 응원하려 한다.

이제 우리가 그들의 그네줄을 밀어주자.
그들의 재능과 노력과 시도가 더욱 꽃을 피우도록,
동해물, 서해물, 백두산물, 한라산물 다 땡겨서 그들이 물구멍을 뚫을 수 있도록.
 
 


김동건 / 금융결제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