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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긴장과 이완의 줄다리기, 코믹 추적극 우리집!



생소하게 느껴지는 장르, 코믹 추적극! 우리 집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추적극이라고 하니 뭔가 스릴러와 같은 어두운 기운이 감도는데 '코믹' 추적극이라고 하니 어떻게 스릴러와 코믹이 조화를 이룰지, 어떤 식으로 극이 진행될지 궁금해하며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연말이고 불타는 금요일이라 그런지 연극을 관람하는 대부분이 커플들이었고, 종종 친구끼리 관람하는 분들도 계셨으나 가족 단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네요. 극의 내용을 살펴보니 청소년 정도는 돼야 극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공연장에 들어서니 꽤 입소문 난 연극답게 생각보다 많은 관객분들이 객석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소극장 공연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관객이 있어야 연기를 하는 배우분들도 할 맛이 나고, 다른 관객분들의 호응과 분위기에 물들어 극에 더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대학로 소극장 공연들이 내년엔 더욱 흥했으면 합니다.


화장실은 남녀 모두 1칸씩 밖에 없어서 그런지 공연 시작 전 화장실에 다녀오려고 기다리는 줄이 길었습니다. 저와 제 지인도 다녀오려고 기다릴까 했는데 줄이 길어서 포기했네요. 공연시간이 2시간 조금 안되는 길다면 길 수 있는 시간이기에 극을 보러 오시기 전에 다른 곳에서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무대는 신여사의 집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대청마루와 마당, 집 밖에 위치한 화장실과 장독대들. 시골 할머니 댁을 떠올리게 하는 푸근한 무대를 배경으로 극이 펼쳐집니다. 대부분 다른 연극들은 하나로 고정된 무대 배경이 아닌 상황에 따라 무대 소품을 변화시켜 다른 배경으로 사용하는데 한 가지로 고정된 무대 배경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관람한게 오랜만이여서 참신했습니다. 고정된 배경 때문에 극에 변화가 없어 관객들에게 밋밋하다고 받아들여질 소지가 충분했는데 전혀 그런 인상을 받지 못한 것을 보니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났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미닫이 문을 창호지로 붙여 놓았길래 크게 의문을 갖지 않았는데 왜 문을 창호지로 붙여놓은 건지 극을 통해 확인하는데 무대 활용 능력에 크게 감명받았습니다. 정말 똑똑하게 무대 활용을 잘 한 것 같아요.


무대 활용도 멋졌고, 스릴러와 코믹을 적절히 잘 버무려 관객의 긴장과 이완을 능수능란하게 이끌고 나가는 연출과 배우분들의 연기력이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을 다 보고나서 오랜만에 알찬 연극다운 연극을 봤다는 뿌듯함이 마음을 가득 채우더라구요. 극의 내용을 하나 하나 다 따지고 보면 개연성이 떨어지는 구석도 있긴 하지만 배우분들의 열연과 긴장과 이완을 잘 버무린 연출력, 참신했던 무대 활용을 떠올리면 작은 흠 정도는 애교라고 생각되네요.


네 배우분들의 케미도 톡톡 터져서 참 재미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요즘 연극의 트렌드인 멀티남, 멀티녀가 없이 한 역할을 맡은 배우가 하나의 역할만 연기했네요. 이런 점들도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창작 초연극이라고 하는데 극의 내용도 꽤 흥미진진하고 반전이라면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어서 다른 장수하는 연극들처럼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공연될 연극이 될 것 같네요. 오랜만에 연극다운 연극 한 편 본 것 같아서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추천합니다, 코믹 추적극 우리집!


이 글은 플레이티켓 리뷰단 1기 왕의선이 작성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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