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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산울림 고전극장] 신비롭고 기묘한 분위기로 가득한 새로운 이솝우화



지난 주말 새해 들어 첫 연극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제 새해 첫 연극으로 뽑은 작품은 바로 바로 이솝우화. 우리 왜~ 어렸을 때 이솝우와 한 번씩은 다 들었잖아요~ 제목을 이솝우화라고 적은 것으로 봐선 이솝우화의 여러가지 동화들을 한 데 묶어서 선보일 것 같은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하고, 또 어른들의 동화처럼 연극을 풀어낼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이솝우화를 택했습니다.


이솝우화는 홍대 쪽에 위치한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 중이었습니다. 홍대 역과 홍대와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하다 보니 관람시에는 참고하여 해당 공연장이 첫 방문인 분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10분 정도는 일찍 도착하게 출발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긴 해도 잘 못 찾으실 수 있는 것을 대비하여 말이죠. 일찍 도착하신다면 산울림 소극장 건물 1층 카페&밥집에서 커피 한 잔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정말 분위기가 이국적이면서 정겹더라구요. 저희는 조금 헤매느라 늦게 도착해서 밖에서 가게 내부를 살펴보기만 했는데 시간이 넉넉했더라면 꼭 들어가보고 싶었어요.


산울림 소극장은 다른 소극장과 특이하게 지정 좌석이 없더라구요. 10번 단위로 극장에 입장하여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는 방식이었습니다. 또한 무대가 아래쪽에 위치하고 좌석이 무대를 동그랗게 감싸듯이 있는 형태인데 그런 구도는 흔치 않아 신기했습니다. 좌석도 편했고, 늦게 입장하게 되어 사이드 쪽 윗편에서 관람하게 되었는데 관람 시야도 좋았습니다. 극장 분위기가 뭐랄까 아늑해서 극에 좀 더 집중하며 관람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솝우화가 서양의 동화이기에 서양의 이국적인 풍경을 예상했는데 무대에 펼쳐있는 북과 징, 꽹과리를 보며 동화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극은 배냇저고리를 생각나게 하는 무지개 빛깔을 담은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무대로 나와 이름 모를 악기들로 신비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들을 만들어내며 시작합니다. 놋쇠 그릇과 같은 악기와 작은 실로폰 같은 악기로 높낮이가 다른 소리들을 만들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이끄는 오프닝이 참신했습니다. 처음 시작하면서 배우들이 짤막한 명언과 같은 내용을 한 대사씩 하며 이어나가는데 자세히 듣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악인과 선인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궁금해서 찾아보는데도 검색이 안되네요. 첫 시작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서 이솝우화를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 같이 진중하게 풀어가는 걸까 예상해보았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독특한 첫 오프닝이 끝나고 여우와 토실토실 아기 양이 나와 여러가지 이솝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나갑니다. 사실 연극을 다 보고 나니 제가 알고 있는 이솝우화가 정말 몇 안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총 13가지의 이솝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극 속에 담았다고 하는데 연극을 보면서 아는 이야기는 서너개 남짓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배우들의 연기나 몸짓, 갖가지 타악기들을 이용해 신비로운 분위기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점은 정말 멋졌다고 말하고 싶지만 극의 중간 중간, 이솝의 에피소드들이었기에 담은 내용이었겠지만 왜 극 속에 그 우화를 넣은 것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 극의 통일성을 해치는 생뚱맞은 이야기들이 아쉬웠습니다. 가령 여우와 새끼 양이 강에서 떠내려 간 후, 어부인 네 형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해해보려고 해도 그 이야기를 왜 넣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 시국에 대해 우화로 빗대어 만든 에피소드는 관객들에게 다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아쉬움을 덮을 만한 작품의 독특하면서 좋았던 점들도 있었고 끝나고 돌아가는 길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공연이었습니다. 극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올 땐 여우들이 새끼양을 보면서 부르던 짧은 동요같은 그 노랫말을 흥얼거리는 절 보았네요.^^


초반 시작이 진중해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가 싶었는데 어른 보다는 어린 관객들에게 좀 더 초점이 맞추어진 작품이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치하다거나 하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입니다. 신기한 악기들로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음들과 기묘한 분위기. 중간 중간의 웃음 포인트와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전해지는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산울림 고전극장의 다른 공연들도 관람하고 싶네요!


2017 플티 리뷰단 왕의선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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