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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산울림 고전극장] 이솝우화 삶을 살아내는 자연스러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나누다

- 삶을 살아내는 자연스러움


계절이 바뀌듯 힘들거나 애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지나가는 것들이 있고,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는 저마다의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의 적절한 공존이라고 생각한다. 동식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삶에서 풍자와 교훈을 나타내는 이야기를 우화라고 한다. 우화의 1인자는 뭐니뭐니해도 이솝우화가 단연 최고봉이 아닐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소극장 산울림의 고전이야기 중 어릴 적 따스한 기억이 떠올라 이솝 우화를 고민도 없이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우화니까 그래도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것은 약하다 그래서 드문드문 찾아온다

좋은 것은 강하다. 그래서 항상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말을 해야 하며, 좋은 사람과 어울리라는 말을 참 많이도 들었다. 막이 오르고 얼마 되지 않아 관객을 향해 던져진 그 한 마디는 내 마음속에 울림으로 다가왔다. 좋은 것은 약하다. 그래서 드문드문 그렇게 온다... 정말 그럴까? 지덕체에 해로운 것은 강하다. 그래서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고 했던가? 악하고 해로운 것은 부지불식간에 영과 육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그래서 제 아무리 강한 육체와 정신의 소유자도 부자연스러운 것에 눈과 마음을 빼앗기면 어느새 좋은 것은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것이 자유스러움을 잃고 꾸며지고,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된다. 좋은 것이 약하다는 의미는 자연스럽지 않은 프레임에서 그것을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겨운 싸움인지를 역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식이 무너지고 있는 사회라면 그 좋은 것 즉 자연스러운 것을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 투쟁이 될까? 자연스러운 것을 자연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세상과 대면해서 깨지고 부서져야 할 테니 말이다.


어떻게 살고 있나, 어떻게 살아내고 있나

포도나무 아래에서 포도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여우, 바람과 해의 힘겨루기, 타 죽을 판에도 여전히 고민만 하고 투덜대는 개구리, 사냥한 것을 똑같이 나누자는 늑대무리, 별자리가 된 오리온 등 익숙한 이야기들이 사이사이 집중을 돕는다. 삶의 모든 순간순간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무언가 결정을 해야 할 때인데 고민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행동은 안하고 어디선가 나를 도울 해결사만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각박한 세상에서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내 것을 내어줄 수 있는지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건가.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 건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소리와 몸의 연결로 이미지를 담다

각각의 악기와 사물을 통해 전해지는 소리는 이미지를 드러내준다. 계절의 변화에 맞는 독특한 환경을 소리를 통해 관객은 영상을 창조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의 자연스러운 굴곡으로 만들어내는 능선은 참신하고 예쁘기까지 했다. 출연진 모두가 맨발로 공연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가는 것, 나이를 먹는 것, 늙어가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등 모든 순리의 자연스러움을 지켜내기 위해서 가장 선위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여우는 양을 잡아먹어야 하는데 먹지 못한다. 여우공동체의 질서유지 측면에서는 부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부자연스러움은 왜 허용이 되는 걸까? 그 어떤 프레임에도 생명의 존엄성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 그것이 삶을 살아내는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



플티 리뷰단 이승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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