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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작정하고 만든 '웰 메이드 사카스틱 블랙 코미디 (well-made sarcastic black comedy)'

이 연극 참 잘 만들었다.
작정하고 만든 '웰 메이드 사카스틱 블랙 코미디 (well-made sarcastic black comedy)'다.
연극의 기획의도를 보면 기가 막히다.
신생극단 '구십구도'는 첫 연극 <밥상머리>로 연극계에서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600여만 원의 손실을 입는다.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시끄러울 때였다. 장시호는 불과 500만원으로 회사를 만들어 피 같은 국비 수억 원을 해먹은 것이 밝혀진다.
높은 청년실업률로 대한민국의 청춘들은 기회마저 잡지 못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영업손실로 죽어 나가고 있는데, 피땀 흘려 만든 연극으로 손해 본 것보다 적은 금액으로 누구는 혈세 수십억을 빼먹으며 잘 먹고 살았던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극단 대표와 기획자는 이를 갈듯 장시호의 500만 원으로 작금의 현실을 신랄히 비꼬아 줄 이 연극을 기획하게 된다.
그렇다. 이 연극 작심하고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만큼 잘 만들어졌다.
연극 '신의 직장' 무대
그럼 본격적으로 한 번 살펴보자.
시놉시스는 이렇다.
지잡대라 폄하돼버린 지방대 출신의 주인공 구진남 (작명 센스 짱! ㅋ). 그는 남들 다 한다는 스펙쌓기에 실패해 토익 점수도 특기도 별로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높은 연봉과 엄청난 복지제도를 갖춘 회사에 덜컥 합격해 입사하게 된다. 자신이 왜 합격했는지 의아해하던 주인공은 드디어 꿈만 같던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그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연극은 블랙코미디답게 지금 대한민국을 고스란히 옮겨 놨다.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갖은 알바로 대학을 십 년 만에 졸업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오로지 스펙에만 관심 있는 구직 인터뷰나 돈세탁을 서슴없이 일삼고 친족에게 대물림되는 기업, 그리고 박근혜 게이트와 뭐든 기억 못 한다는 그 주변 인물들까지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우리와 우리 주변을 신랄하게 비꼬며 그려 놓았다.
위트와 비판의식이 빛나는 부분도 곳곳에 등장한다.
주인공이 입사한 회사의 이름은 'The Blue Spiral Creative Roof Top Corporation'이다.
직역하자면 '푸른 나선형의 창조적인 옥상 회사'겠지만 좀 더 비꼬아 이리저리 조합해 살펴보자면 '창조경제를 그리도 외쳐댔던 미친 청와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뭐 아주 많이 의역해야 하지만 말이다.
또, 의상실 최순실로 유명해진 몰카를 생각나게 하는 CCTV, 고영태를 빗댄 내부 폭로자들, 하는 일도 별로 없고 업무 시간에 얼굴에 미용 팩을 하는 직원의 모습은 청와대에서 놀고먹으며 미용에만 신경 쓰다 나라를 홀라당 말아먹던 인간들을 서슴없이 비꼬고 있다.
이 연극을 빛내주는 블랙코미디의 진수라 할 수 있으며 그만큼 압권이기도 하다.
꿈만 같던 직장과 극의 마지막 주인공의 모습은 기회마저 박탈당한 청춘과 비정상적인 현실을 이겨 내고 싶은 연출자의 초현실적 의지가 담겨 있는듯해 막이 내린 후에도 씁쓸한 커피 마냥 강한 여운이 남는다.
기획의도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연극 '신의 직장' 포스터
[연극 신의직장]
원작 : 홍승오
각색/연출 : 장석원
출연 : 홍승오, 김국빈, 강해진, 김민우, 계영호, 이수진
조연출 : 백지영
조명감독 : 김민우
무대디자인 : 진한나
사진/그래픽 : 김솔
영상 : 계영호
진행 : 진은혜, 홍단비
오퍼레이터 : 박예지
2017.02.24 ~ 2017.03.05
노을소극장
평일 20시 / 토요일, 공휴일(3월1일) 15, 19시 / 일요일 15시
*월요일 공연 있음*
* 플티 리뷰단 이재열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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