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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갑출씨의 어영부영 책읽기

배우수업

<배우수업>

 

 

 

연극배우 겸 연출가이며 사실주의 연기방법론을 구축한

 

러시아의 연극인 스타니 슬라브스키의(1863-1938) 대표작입니다.

 

이 책은 토르초프라는 선생님의 연기수업을 받는 학생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은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젊은 시절이고

 

토르초프 선생님은 연륜을 쌓은 현재의 스타니슬라브스키 자신입니다.

 

결국 독자들은 나이든 작가가 젊은 자신에게 가르치는 연기수업을 가만히 지켜보는 셈입니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이 책에서 본인 이전에 활동하였던 연극인들의 좋은 지침도 인용하여

 

종합적인 연기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적인 지침서로도 손색이 없겠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실제 연극인들이 배우고 익혀야 할 내용이

 

비단 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는 토르초프 선생님이 책속의 화자인 학생을 지도하는 책속의 내용입니다.

 

- 무릇 배우란 군인 못지않게 철저히 규율을 지켜야한다.

 

- 나는 대본은 대본대로 읽고, 성격은 성격대로 연기했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을 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사는 연기를 방해했고, 연기는 대사를 방해했다.

 

- 여기서 진실해야한다는 말은 올바르고, 논리적이며, 일관성 있어야 한다는 것, 맡은 역할과 일체가 되어 생각하고, 노력하고, 느끼고, 행동해야한다는 의미이다.

 

- 격정이나 유형들을 복사하는 게 아니라 그 격정과 유형 속으로 들어가서 살아야한다.

그 속에 들어가서 살면서, 거기서 여러분의 연기 행동이 자라나오도록 해야 한다.

 

- 절대로 결과부터 챙기지 마라. 결과란 전에 행한 것의 논리적 산물로,

시간이 가면 나타나게 돼 있다.

 

- 시간은 우리가 기억한 감정을 걸러주는 훌륭한 필터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은 또한 위대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시간은 현실처럼 고통스러운 기억을 정화해줄 뿐만 아니라, 시로 바꾸어주기도 한다.

 

- 배우가 무대에서 취하는 일체의 동작, 내뱉는 말 한마디는 모두 배우의 가상의 삶의 과정을 바르게 거쳐서 얻어진 결과이다.

 

이 문장들 속의 단어에서 배우, 연극, 무대라는 말을 그냥 사람과 인생, 세상이라는 말들로

 

바꾸어보면 이것은 연기지침서가 아닌 삶의 교훈서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연기를 한다는 것은 삶을 온전히 표현해내는 깊은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도 온전히 통용될 수 있습니다.

 

삶과 연기가 다르지 않으니 무대예술 또한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죠.

 

꼭 연극이나 예술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결국 실제 자기 삶을 진솔하게 살아가면서 두려움 없이 온몸으로 부딪히는 것이야말로

 

사실주의 연극의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진실한 삶 자체가 예술로 승화되었을 때 그 빛은 오래갈 수 있다고 저 역시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