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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지능

 

동물행동연구로 권위가 높은 최재천교수는 생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적인 지침이 되는 책을 쓰고 또 그 내용들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교 교육과정에서 문·이과로 확실히 나누어 교육받은 덕분에 저의 이과적인 사고는 가동할 줄 모르고 십수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문·이과를 선택할 때 단지 수학에 자신이 없어서 반쯤은 두뇌의 패배를 인정하고 나머지 분야에서 대학의 전공을 택해보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딱히 문과계열의 학과들을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미 스스로가 패배감에 젖어 제한된 선택지를 골라든 것입니다.

하지만 문·이과로 나뉜 학문의 이분법체계는 개인의 사고능력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인문학을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과학의 영역을 이해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헌데 십 수년을 막힌 뇌구조로 살아왔으니 되돌리는 것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학문의 경계를 과감히 넘어서 생각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최재천교수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저의 뒤쳐졌던 이과적 호기심이 다시 발동하는 것 같습니다.

 

통섭’이란 단어를 우리사회에 유행시킨 장본인이 최재천교수라는 사실을 인터넷에 도는 강의를 듣고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단어(정확히 한자어까지 같은)는 최교수가 처음으로 꺼낸 것이 아니라 원효대사가 그 옛날 최초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최교수도 그 단어를 원효대사가 사용한 것을 단어를 유행시키고 난 다음에 알았다고 합니다.

 

다윈의 지능이라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진화론을 학자들의 연구사례를 통해서 설명한 책입니다. 다윈이 진화에 관한 책을 발표한지 150여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다윈의 논리는 살아있다는 겁니다.

20세기에 적자생존의 논리를 내세워 약자를 억압하고 약탈해왔던 서구열강들의 행태가 다윈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이 아니라는 오해도 풀렸습니다.

 

그러나 다윈의 학설을 다시금 신봉하게 하는데 이 책의 목적이 있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전문인이 되기 위해서 길러졌던 우리의 모습들이 다른 분야를 흘끗 흘끗 넘나들면서 비로소 내 분야를 바로 세우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 문과출신인 제가 책을 통해 깨달은 바입니다.

그리고 자연 생태계는 1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자신을 환경에 적응 시키며 공존하는 법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그래서 진화는 고등생물이 되기 위한 발전이 아니라 변화의 흐름이라는 것을요.

 

원효대사님도 그것을 이미 오래전에 아셨겠죠?

 

과학자는 21세기에 원효대사의 빛바랜 화두를 다시 꺼내들었고

닫힌 사고체계로 살아왔던 문과생은 생물학자에게 비로소 인문학적 사고를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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