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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갑출씨의 어영부영 책읽기

철학이 필요한 시간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박사의 책입니다.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네요.

강신주선생을 알게 된 건 수 년전 철학 오프라인 강의를 들으면서였습니다.

아트앤스터디라는 사이트라고 말하고 싶네요.

인문학강의를 내실있게 운영하는 사이트였습니다. 거기서 진행하던 어떤 오프라인 강의를 듣는것이 계기가 되어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 이것저것 여러 강사들의 맛보기 강의를 듣고 특히 강신주.

이젠 정식으로 철학자라 불러야겠네요.

아무튼 이분의 동영상강의를 탐독해서 들었답니다.

당시 저에겐 삶의 혁명과도 같은 내용들이었습니다. 요새는 너무나 유명인사가 되신 분이지만요.

어쨌든 그리고 나서 처음 강신주의 책을 사본 것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철학이 필요한시간

살아가면서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은 한번쯤 느껴봤을까요?

철학은 한자대로 풀이하면 밝은 학문입니다.

그 밝음은 지혜라는 말로 바꾸어 쓸수있다고 합니다.

그리스어에서 온 철학(philosophia)도 지혜를 사랑하는 뜻이라고 하니 살아가는데 지혜가 필요한 시간을 일깨워주는 책인가 봅니다.

맞습니다. 지혜로운 삶을 살기위해 철학이 필요한거죠.

 

강신주 철학자는 특이하게도 대학 때 화학공학을 전공하여 대학원에서 철학으로 전공을 바꾸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문과이과의 영역이 뚜렷한데 그의 이력은 유별나 보입니다.

하지만 유별날 것은 없습니다. 학문적 영역을 칼로 긋듯이 나누는건 우리의 고정관념일뿐

여러 기초학문들은 깊이들어가면 사유의 정점이 서로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순수과학도 그러하듯이 철학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유기적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우리가 연구하는 그 대상의 본질을 재발견하기 위함입니다. 사람이라면 '자아'라는 표현이 적당하겠죠.

'자아를 발견한다'는 것은 생활하는데 불필요한 거창한 말 처럼 들릴지 모르나

내가 세상을 살아가며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스스로 깨달아가는 아주 소박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것은 사물의 본질을 인식하는 것과 연관된 것이죠.

 

그로 인한 결론이 때로는 기존의 사고방식에 순응하며 살았던 사람들에게 아주 불편한 진실이 될수있습니다.

 

특히나 사회부조리를 파헤칠 때 철학은 그 환부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죠.

약물치료가 아닌 외과의사의 날카로운 집도(執刀)를 택하는 것입니다.

요새 인문학의 힐링이 대세인 시대입니다.

하지만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은 말랑말랑한 감성이아니고 철저하게 비판의식을 담고 있어야 사회적 효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헤쳐 삶의 경영방법을 바꾸는 것이 가장 올바른 해답입니다.

힐링을 가장한 진통제 투여방식은 더이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 타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여지없이 적용되는 것이기에 얼마간의 고통을 감내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철학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저역시 철학자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기가 만만치는 않으니까요. 자기 스스로의 인생에 메스를 들이댄다는 것이 조금 당황스러울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 책은 단 한가지의 집도방법을 권유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칼날을 들어야 하는 이유와 몇 가지 집도방식의 사례를 들면서

본인에게도 해당되는 보편적인 상황이란 것에 빗대어 방법을 제시합니다.

 

책을 읽고 나자 나에겐 조그만 칼날이 들려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급소를 피해 생살을 깊숙히 찔러보아야 하는 숙제는 온전히 제가 가져갈 몫으로 남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의 비유가 거창했다고 이 책을 너무 무서워 하거나 부담스러워 하지 마세요. 제가 쓴 표현보다 훨씬 더 부드러운 책이랍니다.

오히려 어설픈 힐링서적보다 훨씬 더 값어치 있는 마음의 벗이 될 것입니다.

다가오는 휴가도 하반기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것이니, 바로 철학이 필요한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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