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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갑출씨의 어영부영 책읽기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 야생초 편지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 야생초편지

 

 

 

 

 

옥중문학 두 권을 소개합니다.

옥중문학이라고 하니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감옥에서 완성했다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 들었던 게 떠오릅니다.

신영복선생의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은 서간문이고

황대권 선생의 <야생초 편지>는 일기형태입니다.

재밌는 사실은 모두 죄를 짓지 않고 수감되었다는 것입니다.

재밌는 게 아니죠 당사자에겐 지극히 고통스럽고 잔혹한 사실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쓴 신영복선생은 무기징역 선고를 받고 정확히 20년 20일을 계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야생초편지의 황대권선생은 13년 2개월을 감옥에 계셨죠.

 

신영복선생은 1941년생이며 1968년부터 1988년까지 복역하였으니 20대후반부터 40대 후반까지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산 것이며

황대권선생은 1955년생이며 1985년부터 1998년까지 복역하였습니다. 30대부터 사십대 초반까지죠.

둘다 인생의 황금기를 수감자로 지내야만했습니다.

이들의 전과기록은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마치 독립유공자의 훈장처럼 보이지만 극히 개인의 삶에선 처참한 기억이 아닐수없습니다.

한창 피어나던 청춘을 권력에 의해 무참히 유린당한 것이니까요. 그것도 권력의 조작에 의해서였다니 그 억울함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요.

 

황대권선생은 수감생활 처음 5년동안 억울한 생각에 아무것도 할수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감옥안의 작은 텃밭에 각종 채소를 심으며 슬로우 라이프의 삶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손에서 재배되지 못한 다시말하면 선택받지 못한 풀들에 애착을 보입니다.

그 강한 향내는 오히려 인간에게 유익한 것인데도 인간은 먹기편한 식물만 획일적으로 재배합니다.

신영복선생의 옥중서간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마치 고뇌하는 철학자의 생이 느껴집니다.

이 서간의 일부는 배우들의 모놀로그로 많이 인용되곤 했었죠.

편지의 검열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사회의 비판이나 개인적인 푸념같은건 찾아볼수없습니다.

아주 깊은 바다를 떠다니는 생물처럼 그저 자신의 내면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갈 뿐이죠.

오히려 삶을 대하는 새로운 자세를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본의아니게 겪은 슬로우라이프였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본의 아니게 초스피드의 삶을 살고 있죠.

그런면에서 볼때 자신의 삶을 경영하지 못하는 것은 둘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진정한 자유는 어디서 오는것인지 성찰해보아야 겠습니다.

두분의 고통스럽지만 빛났던 인생에도 고개숙여 인사합니다.

 

 

나는 요즘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연요법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젊었던 시절에는 상대방과 대화할 적에 자기 의견을 먼저 말하고 싶어서 허겁지겁 하곤하여 자주 대화의 맥을 끊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떤 호흡이랄까 리듬이랄까 하는것을 대화 중에 잡아내어

그 흐름속에서 얘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그런다.

-야생초편지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