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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갑출씨의 어영부영 책읽기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내신

혜곡 최순우 선생(1916~1984)의 한국 전통예술의 미학교본이라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예전에 MBC특별기획 ‘책을 읽읍시다’에 선정된 도서이기도 하구요.

표지의 사진은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바라본 안양루와 소백산맥의 모습입니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뜨는 돌이라는 뜻의 부석(浮石)은 실제 절의 뒤쪽에 거대한 바위가 기묘하게 떠있는 형상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의상대사가 악귀의 훼방을 물리치고 법력으로 지었다고 하는 부석사의 안양루 안쪽엔

그 경치에 탄복하여 지은 방랑시인 김삿갓의 시도 적혀 있습니다.

우리의 건축은 항상 자연과 함께하는 세계관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죠.

 

부석사가 경북 영주에 있는 건 아시죠? 무량수전까지 걸어 올라가기는 꽤 힘이듭니다.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대표 건축물이자 일반적인 절에서 대웅전에 해당하는 본당이죠.

대웅전에 석가모니불을 모신 곳이라면 무량수전은 아미타불, 무량수불이라고 하는 극락세계의 부처를 모신법당입니다.

거기에 무량수전을 지탱하는 배흘림기둥은 서양의 건축양식에서 일컫는 엔타시스양식입니다.

가운데가 불룩하여 처마를 안정감 있게 받치고 있는 모습이죠.

무량수전 이야기에만 너무 열을 올렸네요.

 

이 책은 사찰 건축뿐만아니라 회화, 도자기, 석탑, 공예품에 나타나는 우리나라 미술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근대화로 넘어오는 과정, 특히 일제강점기와 현대사의 질곡을 겪은 우리민족은 오랜세월 우리가 간직해온 멋과 미를 잃었습니다.

최순우 선생은 그것을 잊지 않고 사셨던 분입니다. 그래서 유홍준선생과 같은 많은 후학들에게 그 정신을 이을 수 있게 하셨죠.

이 책은 짧은 미학해설들을 모아 엮은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가가 아니라도 부담스럽게 읽을 수 있는 비교적 쉬운 문장들로 되어있습니다.

 

세계화시대에 우리 것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말합니다.

맞습니다. 내 것을 먼저 알아야 다른 것들과 교류할 수 있고

문화나 시대의 흐름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의 미학을 이해하는 기본을 일깨워주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중국의 건축이나 미술은 웅장함을 기본으로 하고

일본은 화려함, 그리고 우리의 것은 소박한 정신에 기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가보면 무량수전이 더 새롭게 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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