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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갑출씨의 어영부영 책읽기

글쓰기의 달인이 되려면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

 

 

 

우리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나 쓰려고 하는 사람들을 - 글의 장르를 막론하고 -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독서와 글쓰기를 권장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독서와 글쓰기는 일상에서 꾸준히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더 명확하게 표현해야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글쓰기가 두렵고 생활과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문학예술가들의 천재적인 문장을 보면서 그 표현에 감탄하기도하지만 한편으로 '인고의 세월을 감내해야 저런 문장을 쓸수있겠구나'라는 무거운 생각이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닮고싶은 마음보다 글쓰기의 삶을 일상에서 멀리 떼어 놓으려는 무의식이 먼저 작용하는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쓴 박찬영씨는 우리사회에서 글쓰기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제대로된 문장비평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문학비평 즉 글쓰기를 예술적인 경지에서만 평가하려할 뿐 문장이 제대로 이뤄어졌는지에 대해서 근본적인 논의가 없다는 것이죠.

저도 이 책을 읽고 '문학비평'과 '문장비평'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박찬영작가의 주장은 '문장을 만들때 흔히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잘지키는 것을 전부로만 여기는데 문법이 지닌 주술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올바른 글을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영어나 일어에서 영향을 받은 어색한 표현법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잘쓰는 문장을 흉내내는것이 아니라

잘못된 문장만 답습하지 않아도 글쓰기의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한가지 이 책이 놀라운것은  예시로 든 잘못된 문장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글쓰기 지도에서 잘못된 문장을 지적할때 '어디에 기고된 것'인지 잘모르는 아마추어의 문장을 예로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작가로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거장들의 문장을 거침없이 파고듭니다.

 

유시민, 이외수,유홍준,공지영,조정래,이문열,박경리 와 정확하고 경제적인 문장을 만드는 신문의 사설과 칼럼까지...

위에 언급한 작가들은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어떻게 감히 저들의 문장에 손을 댈수있단말인가'라는 불쾌한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논리에 수긍하게되었습니다.

 

'사람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성역처럼 생각하고 닮아가려는 거장의 문장에도 오류가 있다'는 지적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우리사회가 문화권력자의 주장과 언행에 아무런 비판도 하지못하는 정서가 제 마음속에도 남아있었구나라고 생각하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비판이자 비평입니다. 비난이 아닙니다. 그래서 책이 반갑습니다.

 

혹여 이 책을 읽으시고 '그렇게 문장을 쓴다면 너무 획일화 되어 밋밋해지는거 아냐?'라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을것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기본에 충실해야하듯이 멋진글쓰기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몰랐던 글쓰기에 대한 오류를 지적받고나니 글쓰기가 더 조심스러워집니다만 그 만큼의 자신감도 더 생기는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작가의 책들을 읽어보신 분은 박찬영의 글쓰기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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