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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갑출씨의 어영부영 책읽기

장석조네 사람들

장석조네 사람들

 

김소진작가의 소설 장석조네 사람들입니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연극을 통해서였습니다.

극단 드림플레이가 만든 연극제목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는데요

이렇게 좋은 소설인줄은 나중에 읽고 알게 되었죠. 참고로 김소진씨는 남자입니다.

 

 

그리고 안타깝게 암으로 34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습니다.(1963~1997)

장석조네 사람들은 그가 세상을 뜨기 2년 전인 1995년에 발표한 작품인데요.

본인의 어렸을 적 달동네 생활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방 아홉 칸이 기차처럼 길게 늘어서있는 장석조씨네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 방 한칸 한칸의 셋방살이 인물들을 중심으로 쓴 연작소설입니다.

 

소설의 모티브는 작가의 유년시절 미아리 달동입니다.

그의 유년시절이자 소설의 배경인 1970년대는 지금으로썬 상상하기 힘든 환경이었습니다.

작가의 부모세대가 전쟁을 몸소 겪었기에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동시에 가난과의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살았습니다.

서로서로 부대끼면서 존재를 확인하는 나 같지 않은 나, 남 같지 않은 남들과 뒤엉켜 살아가는 모습을 몸으로 확인해야했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소설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이 소설이 여느 소설과 다른 냄새가 납니다. 그것은 작가의 문체를 통해 드러납니다.

흔히 작가들이 소설 속에서 서민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냈다고하지만

정작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투는 지식인인 작가의 화법이 그대로 느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등장인물의 말투는 정말 가난한 서민들의 일상의 대화를 담은 말투같습니다.

그러면서도 문학적인 맛이 살아있는 은유적 표현이 곳곳에 느껴집니다.

 

"내가 모래내 굴다리 아래선가 들은 말인데 사람이 죽어서 묻히면 흙이 되는 게 아니라 향기로운 술이 돼서 땅속으로 스며들어간다며? 인간은 최후에 유산 발효에 의해서 새콤달콤한 향기가 되어서 사라져간다며?"

보령댁은 간판을 쌍과부집으로 갈아붙이고 난 뒤 손님이 더 잘 든다고 입이 함함하게 벌어진 모양이었다. 하긴 왠지 은행나무집보다는 쌍과부집이라고 하는 편이 더 목을 컬컬하게 만드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 듯했다.

마당 한 귀퉁이에 어빡자빡 쌓아둔 총각무 김칫단을 둘러싸고 둘남 아배 박씨와 야물딱스럽기로는 인수시장판에서 호가 난 또순이 흥남댁이 다시는 얼굴을 보지 않을 사람들처럼 험한 고함에다 삿대질까지 섞어가며 실랑이를 해대는 바람에 도마뱀처럼 잠꼬리가 잘려나간 사람들이 하나둘씩 문밖으로 고개를 비죽이 내밀고 나왔다.

"무청을 숨겨둔 첩년 머리채 휘어잡듯 한손에 거머쥐고 확 뽑아제끼는데 우떤 거는 한분에 안 되는 것도 수두룩하더라."

“아니 왜 이렇게 왜짜가 많이 붙나, 자넨? 삼포왜란 때 쪽바리의 종자가 껴들었남?”

잘 예를 든 건지 모르겠네요.

이렇듯 책을 읽는 중에 사전을 찾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새 잘 안 쓰는 표현인데다가 저의 짧은 국어실력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러한 단어는 작가가 어휘력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이 시대에 금방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서민들의 달짝지근한 숨결이 배인 말을 잘 간직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새삼 소설은 시대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소진작가의 장석조네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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