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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류둥의 악흥의순간

쉬린 네샤트 그리고 작품들

 

 

 

 

오늘은, 작년에 미술관에서 보았던 작품들과 아티스트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란 출신의 미술가 겸 영화감독인 쉬린 네샤트(Shirin Neshat)의 회고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막연한 호기심에 전시회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란 출신이지만 고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없었고, 다시금 고국에 돌아갔을 때에도 너무나 안타깝고 참혹한 현실에 맞서고 표현하는 방법으로 그녀는 다양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결국 저는 이 회고전을 두 번 찾아가서 다시금 느끼고, 마음에 새기고 돌아왔답니다.

 

회고전에서는 사진을 비롯하여, 영상, 영화 등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저를 두 번이나 전시장으로 이끌었던 작품들은 영상작품들이었습니다.

특히 아래에 소개해 드리는 "격동(Turbulent) 라는 작품은 노래하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각각 맞은 편에 배치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고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노래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된 이란의 여성들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관객들로 객석이 가득 찬 무대에서 노래하는 남자와 대조적으로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쏟아내며 노래하는 여자의 모습을 차례로 보여줍니다.

영상에서 노래하는 여자의 모습은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게 합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소리로, 비명소리 같은 표현으로 온 힘을 다해 노래합니다.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슬픈 느낌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격동 외에도 쉬린 네샤트의 황홀(Rapture)이나 열정(Fervor)을 감상하며 자꾸만 그 독특한 음악과 음색에 빠져들었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시간이 조금씩 지체되더군요.

 

 
 
 

쉬린 네샤트는 '격동' 이라는 작품 하나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란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란 출신의 여성 아티스트이지만 미국에 사는 이민자로서의 시선으로 신체적, 표현적 억압을 받고 살아가는 이란 여성들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 등의 작품에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은 이란 국가 내에서 금지되기도 했다지요.

작품을 통해서 그녀가 말하는 것은 이란 여성들의 인권 뿐만 아니라 이란의 정치와 역사적 문제와 문학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히잡을 쓴 채 총을 들고 있는 여인, 검은색 히잡으로 몸 전체를 감싼 여성들과 흰색 셔츠를 입은 남성들과의 뚜렷한 구분, 대비, 얼굴과 손이 텍스트로 가득 찬 사진들.....

때로는 쉬린 네샤트 본인이 작품 속에서 제 3자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특히 이란 여성들의 사진 속에서 얼굴과 손에 가득 쓰여진 텍스트는 이란 여성작가들의 시를 옮겨놓은 것이며 사회적인 억압에 저항하는 이란 여성들의 모습과 그러한 국가적 상황에 대해 일부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지키려고 하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이란 여성작가들의 시를 텍스트로 삼았다.
나에게 그것은, 침묵하는 듯 보이지만 할말이 너무도 많았던 여성의 지적이면서도 감정적인
표현이다" (쉬린 네샤트)

 

전시를 둘러보는 내내 따라다녔던 감정은 '숙연함' 이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는 쉬린 네샤트에게 편지를 쓰는 공간이 있었는데요,

평소 같았으면 그냥 훑어보고,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조금 읽어보는 정도로 지나쳤을 텐데 이번만큼은 뭔가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편지를 쓸 때는 작품에서 느꼈던 여러가지 감정들 때문에 정작 몰입을 잘 못했던 것 같습니다만,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더 차분한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왔네요.

다음에 언젠가 또 그녀가 우리나라를 찾아온다면 꼭 다시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이따금씩 그녀의 작품이 생각나듯이 그녀도 한국의 관객들이 전했던 그 편지들을 잘 간직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