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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류둥의 악흥의순간

[찾아서 보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스크린으로 만나는 오페라, 그리고 해설.

공연장에 가서 오페라를 직접 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관심도 없었는데 말이죠.

오페라는 왠지 지루하고, 어렵고, 성악가들이 노래를 못하면 듣기 싫어

괴로울까 두렵기도 했나 봅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원 포인트 렛슨처럼 재미있게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잠시잠깐씩 보여주는 스크린 속의 오페라 아리아들, 주요장면들이 감질나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만난 오페라 작품이 마침 또 유쾌한 내용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19세기 작곡가 도니제티(Donizetti)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이야기입니다.

마을에서 인기 많은 부유한 여주인공 아디나, 그리고 아디나를 짝사랑하는 소심한 동네 청년 네모리노. 네모리노는 마을에 나타난 멋쟁이 군인 벨코레와 아디나가 결혼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떠돌이 약장수의 말에 속아 넘어가 가짜 '사랑의 묘약'을 마시게 됩니다. 하지만 그저 싸구려 와인일 뿐인 그 '사랑의 묘약' 효과를 보지 못한 채 한 병을 더 사기

위해서 벨코레에게 돈을 받고 군에 입대하기로 결심까지 하게 되지요.

결국 네모리노의 순수한 사랑과 헌신적인 마음을 보게 된 아디나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는 내용의 재치와 코믹적인 요소가 가득한 오페라입니다.

 

제가 접했던 "사랑의 묘약"에서는 안나 네트랩코(Anna Netrebko)가 아디나 역을 맡았고,

롤란도 뷔아손(Rolando Villazon)이 네모리노 역할을 맡았는데요,

특히 롤란도 뷔아손의 연기가 어찌나 네모리노 역할에 적격인지 표정 하나하나, 목소리 하나하나까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그 버전의 DVD를 구입하고야 말았답니다.

(그의 외모가 '미스터빈'을 닮았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로 하겠습니다)

그 중 아끼고 아끼면서 이따금씩 찾아보는 아리아를 소개해 드릴게요.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 입니다.

극 중 아디나의 마음을 눈치챈 네모리노가 감격에 벅차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이 영상의 재미있는 점은, 이미 네모리노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 아리아가 끝난 직후라는 점입니다. 열정적인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 덕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네모리노는 한참 감사의 뜻을 전하고 나서도 지휘자와 여러 번 눈빛을 주고 받지요.
그리고는 지휘자가 결정을 내립니다. "한 번 더 갑시다"
그 자리에서 같은 아리아를 앵콜로 한 번 더 부르고 나서야 다음 장면으로 진행이 됩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열정적인 관객들이 즉흥적으로 요청을 하면 같은 자리에서 아리아를
한 번 더 부르기도 한다고 들었거든요.
주인공 입장에서는 참으로 뿌듯하고 감격스럽고 행복한 순간일 것 같습니다.
 
'오페라' 라는 장르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저에게도 그리 가깝게 느껴지는 장르는 아닙니다만, 꼭 공연장에 가서 작품 전체를 보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마음에 드는 아리아 한 곡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관심은 또 다른 관심을 불러오기 때문에 점점 더 친근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우리들이 듣는 대부분의 음악은 '이어폰 속의 음악' 이 많지요.
이어폰을 잠시 빼두고,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서 오디오 스피커를 통해 듣는 오페라 아리아를
추천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