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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KooLee의 무대 그리고 사람

배우를 배우다? 배우는 배우다!

교수 - 이제 연출은 두 단계로 나뉘게 될 꺼야.

뮤지컬을 할 수 있는 연출과 그러지 못하는 연출.

배우도 마찬가지로 나뉘겠지. 뮤지컬을 할 수 있는 배우와 그러지 못하는 배우.

 

학생들 -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 그렇구나.

모 대학 예술학과 건물 앞 벤치에서 지인을 기다리던 중 우연히 듣게 된 대화 내용입니다.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교수의 이야기가 현실이라고 해도 절대 동의하고 싶지 않은 반항심이 끓어올랐습니다.

 

 

속세를 떠나 학문과 예술에만 몰두한다고 하여 생긴 대학의 또 다른 이름 상아탑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이름이 무색해지고 있는 지금의 대학교

하지만 예술이라는 이름이 걸려 있는 학과의 교수마저 학생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로 하여금 숨이 막히게 만들었습니다.

예술이라는 낭만에 이끌려 이제 막 무대를 꿈꾸기 시작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현실(?)부터 가르쳐주고 있는 교수가 너무 야속했습니다.

 

'연극 바닥에서 연기력을 갈고 닦아서 영상 쪽이나 뮤지컬 할 거야.'

3~4년 전 배우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주 듣게 되던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요즘 배우들과 대화 중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노래랑 춤이 안돼서 연극해요.'

'아직 인지도가 없어서 영화 못하고 있어요.'

 

예전의 소극장 무대는 배우들에게 그나마 앞으로 나아가는 길목이라는 인식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낙오된 이들이 어쩔 수 없이 활동하는 곳이 되어버렸나 봅니다.

우리는 어쩌면 앞으로 소위 잘나가는 배우들이 무대의 공기가 그리워무대로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예술을 장르나 분야의 구분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소통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진정성이 중요하듯 예술 역시 그렇습니다.

허름한 거리 악사의 연주가 삶에 지친 이에게 위안을 주고

어린아이의 순수한 동시가 백발의 노인에게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선물하며

좁은 지하 극장 무대 위 무명 배우의 연기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꿈을 꾸게 해주는 것이

예술의 위대함입니다.

 

지금 무대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연기 기능 보유자보다는

낭만을 잃지 않은 배우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감동받고 위로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