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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KooLee의 무대 그리고 사람

미국의 '인사이드 아웃'과 한국의 '좋은 녀석들'

 

우리는 가끔 매스컴이나 유명인사의 강론등을 통해 해외 문화콘텐츠들이 창출하는 어마어마한 수익에 대한 이야기를 접합니다.

그 이야기의 화자는 이어 해외 문화콘텐츠의 성공은 기발하고 창의적인 발상에서 시작되는 것이라 강조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이 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가

획일적인 교육과 틀에 갇힌 사고 그리고 경직된 사회분위기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일정부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 문화콘텐츠가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식의 설명에는 반기를 들고 싶습니다.

 

 

 

얼마 전 개봉해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인사이드 아웃'은 칸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후 관객과 평단에게 호평을 받으며

전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수많은 찬사 중 가장 많이 반복 되는 부분은

어린 시절 느끼는 순간순간의 감정과 차곡차곡 쌓여가는 기억이 어떻게 인격을 형성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표적인 감정을 의인화 하여 표현한 기발한 창의력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의 상상력과 표현은 세계 각지의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 듯합니다.

우리나라 관객 역시 '인사이드 아웃'이 전하는 메시지에 공감하며 환호하였습니다.

저 또한 인사이드 아웃을 매우 즐겁게 보았습니다.

그러나 전 감정 하나하나를 의인화 하는 설정이 신선하거나 생소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디선가 본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찜찜함에 무의미한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던 차에 답이 떠올랐습니다.

연극 좋은 녀석들

약속’, 와일드카드‘,’불 좀 꺼주세요‘ ’용띠 위에 개띠

수많은 영화, 연극 시나리오를 쓴 이만희 작가의 1998년도 작품인

좋은 녀석들은 박장수라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입니다.

좋은 녀석들의 무대는 박장수가 떠난 암스테르담의 허름한 호텔 방이면서

동시에 박장수의 생각의 방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그리고 박장수와 그의 다양한 성격을 대변하는 각기 다른 자아들 그리고 회상 속 인물이 등장합니다. 다른 자아들은 끊임없이 박장수에게 말을 걸고 그들끼리 이야기하며

박장수의 고민을 관객들에게 무대 위에서 보여줍니다.

오늘날 세계가 놀란 신선한 발상이 우리 곁엔 17년 전부터 있었던 것입니다.

단지 우리가 몰랐던 것 뿐이죠.

 

 

단순하게 먼저 만들었으니 좋은 녀석들인사이드 아웃보다 우월해 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두 이야기는 분명 다른 이야기이고 각자의 가치를 충분히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우리가 모르지만 곁에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돌이켜 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요즘 어딜 가든 스토리텔링이 강조되지 않는 분야가 없습니다.

특히 이야기가 주 원자제인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스토리텔링에 대한 중요성은

수 백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시장진출을 위해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를 새롭게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수다쟁이와 이야기꾼이 하고 있는 이야기를

찾아보고 들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모 방송의 오디션 프로에서 유명 프로듀서가 인디음악을 하던 참가자에게

'전혀 듣지 못한 음악'이라며 극찬했던 촌극이 우리에게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