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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KooLee의 무대 그리고 사람

속살을 내비칠 수 있는 용기

 

얼마 전 영화 베테랑’의 누적 관객 수가 천만을 넘었다고 합니다.

올해에만 벌써 어벤져스암살에 이어 3번째 천만 관객의 영화입니다.

실미도가 처음 관람관객 1000만 명을 넘었을 때만해도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라며 사회적 이슈로 받아들여졌지만 12년이 지난 지금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일어나는 흔하다면 흔한 일이 됐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누적된 천만 영화 리스트의 대부분을 한국영화가 차지한 것을 보면 과거 해외영화가 국내 영화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크린쿼터제가 존재하던 시절이 불과 십 수 년 전이라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강해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천만 관객 뮤지컬 혹은 연극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공연이 가진 특성과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관객과 공연팀이 직접 만나야만 공연 관람이 성립되는 동시성부터

접근성, 확산성, 재생산성, 대중성, 시의성 등

다양한 조건들이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수많은 조건이 충족된다 해도 천만 공연의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정확한 관객 수가 집계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백만 명 혹은 천만 명 심지어 전 국민인 5천만 명의 관객이 한 공연을 보았다한들 그 수를

정확하게 셀 수 있어야 그 공연의 관객 수를 알 수 있지만

지금 국내에는 공연 당 관객 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기관이나 시스템은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운영을 시작한 것이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kopis)입니다.

KOPIS는 연극, 뮤지컬, 클래식, 무용 등 공연의 티켓판매량을 집계하여 사이트를 통해 공유하여

누구나 쉽게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공연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공연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기반을 만들기 위한 사업 시스템입니다.

 

이렇게 좋은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KOPIS는 실효성 있는 정보 제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공연제작사, 예매처 등 공연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선뜻 자료 제공에 나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들이 정보 공개를 거부 하는 이유 대부분이

공개 권한이 없다거나 매출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

각자 입장에서 일리가 있는 주장이기에

앞으로 KOPIS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때까지 올해의 관객 동원 1위 공연’은 서로 자신들 공연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아직 세상에 속살을 노출하기에 공연계의 면역력은 약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성장통을 누구 하나의 희생이나 강요 혹은 제3세력의 개입에 의한 정리가 아닌

공연계 구성원 간의 현실성 있는 논의와 합의로 해결한다면

만년 유망 사업이라 여겨졌던 공연산업의 경쟁력과 자생력은 한층 강해질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이 용기 있는 행보로 큰 도약을 만들 수 있는 적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홍보가 아닌 언론 기사로 '누적 관객 1000만 명 돌파 공연' 소식을 접하는 그날을 그려봅니다.